그리고 또 오랜 다짐
윤용선
내 안에
정작 내가 모르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나 봅니다
때때로 짚이는 게 없어도
가슴 먹먹하거나 짠한 걸 보면
어디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잔뜩 엉켜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가고 세상이 변해도
끝내 움쩍거리지 않고 있는
무슨 얼룩 같은 걸로 말입니다
오늘은 꽃밭에서 나풀거리는
노랑나빌 보았습니다
가끔 이렇게 혼자만 봄날인 것도
참, 딱한 노릇입니다
이젠 내가 먼저 나를 벗겨서
있는 힘껏 두드려 빨아야겠습니다
말가니 헹구어 낼 수 있을 때까지 빨아
환한 볕에 내걸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