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3년 7월 3주 (7.16)

주사랑교회 0 359

여름 꽃은 우뚝하다

                                     박노해

 

세계가 불타고 있다는 듯

때이른 폭염이 오고

세상이 비관에 휩싸인 듯

기나긴 장마가 오고

 

먹구름 인 무거운 일상에

천둥이 치고, 바다가 울고,

거센 비바람이 대지를 휩쓸고

언뜻, 빛이 비춰올 때

 

폭풍우 속에서도 수국꽃은 우뚝하다

장맛비 속에서도 백일홍은 의연하다

백합꽃도 초롱꽃도 꽃댕강도 바늘꽃도

그 가늘고 여린 몸 흔들며 피어나고 있다

 

장마도 폭풍도 불볕도 지나간다고

그것들이 없이는 강해질 수 없다고

아름답고 고귀한 것들은 다

온몸으로 견뎌내며 태어나는 거라고

 

난폭한 자들은 악을 쌓으며 자멸해가고

비바람 속에서도 여름 꽃은 우뚝하니

이 아침, 꽃들이 전하는 격려를 담아

그대의 안부를 타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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