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09-05-31 대통령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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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동안 전국이 노란색 물결로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떠난 대통령을 추모하며 흘린 눈물이 참 아팠습니다. 그를 보내고 뒤에 남은 사람들의 가슴엔 허망한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래서 울고 노란 종이 비행기를 날려보고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누구에게 욕을 퍼부어야 할지 정녕 그 방법 밖에 없었던 것인지 이렇게 끝나야 하는 것인지 죽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인지 우리는 계속 이 모양으로 살아야 하는지 고통스런 질문만이 무성해집니다. 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연쇄적으로 목숨을 끊어 세상이 경악했던 것이 얼마 전입니다. 매주 여관에서 자살동우회 회원들이 집단으로 죽음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직 대통령입니다. 계급 지역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며 모두가 살만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몸부림치던 그가 자신의 도덕적 자존심을 허물어뜨리고 가족의 목을 조여오는 권력의 압력 앞에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독재정권 앞에서도 당당했고 수많은 정치적 패배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던 그가 가족을 위해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노무현 마저 견딜 수 없는 세상이었다면 노무현 마저 제거해 버리는 세상이라면 정말 이 세상은 살 수 없는 곳입니다. 성 상납 받은 신문사 사장은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전직 대통령은 이처럼 간단하게 처리하는 세상. 누구는 수천 억 원의 뇌물을 받고도 꿋꿋하게 살아가지만 누구는 그렇게 허망한 종말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세상. 군부독재자도 부패정치인도 비열한 기업가도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가는데 정작 민주 평등 화합 상생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해 몸부림쳤던 사람은 이렇게 멸망하는 세상. 정말 욕 나오는 세상입니다. 그를 보내는 날 로마서 12:12을 읽었습니다. “소망 중에 즐거워하며 환난 중에 참으며 기도에 항상 힘쓰며.” 사람들의 눈물 위로 흔들리는 사진 속에서 밀짚 모자를 쓴 그는 웃고 있었습니다. 우는 우리에게 그만 울고 이젠 웃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통곡 너머로 “상록수”를 부르는 그의 엉성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솔잎처럼 시들지 말라고 격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몸부림을 뒤로 하고 그는 한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이 땅의 허망한 욕심에 휘둘리지 말라고 끝이 멀지 않다고 훈계하는 것 같습니다. 그를 보내며 “소망 인내 기도”의 교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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