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4.12.14. 사무엘이 늙었을 때…

주사랑교회 0 1,976

사무엘이 늙었을 때…

사무엘이 늙었습니다. 그러자 변했습니다. 두 아들에게 사사직분을 세습한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사사는 세습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선택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무엘 자신이 잘 알고 지켜왔던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제 늙은 사무엘이 그 원칙을 깼습니다. 그렇게 맑은 영성과 순결한 신앙을 소유했던 사무엘도 세월의 흐름 앞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요? 젊은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노년의 때에 백주대낮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이룩한 업적, 그렇게 주어진 막강한 권위, 그리고 육체적정신적 노쇠가 결합하여,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육체적 노화로 영적 분별력을 상실한 사무엘 때문에, 이스라엘에 두 가지 재앙이 발생했습니다. 하나는 그의 아들들이 악을 행한 것입니다. “이익을 따라 뇌물을 받고 판결을 굽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선택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주어진 자리였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든 나라와 같이” 왕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렇게 신령했던 사무엘마저 노년에 변질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더 이상 하나님 중심의 사사전통을 신뢰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신정체제 대신 주변 강대국들이 채택한 왕정체제를 수입하자고 건의한 것입니다.
청년시절에 그토록 순결하고 신령했던 사무엘이 그렇게 추하게 늙은 것은 정말 충격입니다. 엘리 집안의 몰락을 직접 목격했음에도, 그 실패를 그대로 반복하다니요! 그렇습니다. 지도력은 결코 유전되지 않으며, 그래서 지도자는 세습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선택과 오랜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질 뿐입니다. 사무엘의 실수가 민족 전체의 불신으로 확장된 것은 더 불행한 역사입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왔던 이스라엘의 믿음이 이렇게 무너지다니요! 전성기의 영성과 지도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던 위대한 지도자 사무엘의 부정적 영향이 이렇게 엄청났습니다.
한때 한국교회의 부흥을 이끌었던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 교회를 재건했던 영웅들입니다. 덕택에, 한국교회가 세계를 놀라게 했고,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덕택에, 예수 믿는 것이 행복하고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이 변했습니다. 자신들의 과거 업적과 영향력을 내세워, 교회를 사유화하고 세습했습니다. 배임과 횡령이 난무하고, 성적 스캔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덕분에, 성도는 믿음을 잃고, 교회는 흔들리며, 민족은 방황합니다. 성경과 역사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신자의 말년, 거기서 파생된 재앙이 이렇습니다. 정녕, 비극입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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