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4.11.09. 광장의 그리스도인

주사랑교회 0 1,696
광장의 그리스도인
서울역에 갔더니, 보수적 애국적 기독교인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단상에선 한 중년 남성이 쉰 목소리로 ‘군가형’ 찬송들을 군대식으로 인도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가슴에 태극기를 단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박수를 치며 함께 찬송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현수막이 달려 있었고, 현 서울시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문구와 죄목들이 담겨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좌파들을 지지한 것과 세월호 단식장에 천막을 제공한 것도 포함되었더군요. 몇 시간 후에 다시 그곳에 왔을 때에도 찬송소리와 현수막은 여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성경 속의 광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예수의 제자들은 광장에서 앉은뱅이 거지를 발견했습니다. 성전을 향해 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쳤지만, 그는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하지만 방금 성령세례를 경험했던 베드로와 요한은 즉각적으로 그를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더럽고 냄새나며 버림받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눈을 바라보고, 말을 걸고,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소중한 것, 예수 그리스도를 선물로 주었으며, 그의 이름으로 그를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바울은 광장에서 이교 철학자들을 만났습니다. 아레오바고 광장에서 만난 에피큐로스파와 스토아파 철학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탐구하며 토론으로 세월을 보내던 이교도들에게 바울은 그들의 ‘이름 없는 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진정한 신, 종국에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당대의 최고 철학자들 앞에서, 그 철학의 중심지에서, 변방의 전도자 바울이 당당하게 복음을 증거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비웃었지만, 일부 사람들은 대단한 흥미를 보였고, 어떤 이들은 바울을 따라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바울은 광장에서 이교도들을 향해 담대하고 탁월하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런 사도들의 모습과 현재 서울역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는 심각한 차이가 있습니다. 광장에서 돈을 구하는 병자에게 금과 은 대신 예수의 이름을 증거했던 베드로와 달리, 오늘날 광장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권력과 동지가 되어, 세속의 이념을 쉰 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광장에서 세속의 철학과 당당히 맞서 복음의 핵심을 탁월하게 변증했던 바울과 달리, 오늘날 광장의 그리스도인들은 조잡한 구호와 수준 낮은 음악으로 행인의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 광장에서 병자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이교도들을 구원하며, 세상의 찬미를 끌어냈던 사도들과 달리, 오늘날 광장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비난, 조롱, 욕설의 이유요 대상입니다.
광장에서 복음 대신 정치구호를 외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 추했습니다. 광장에서 하나님의 예배 대신 정치적 선동을 목적으로 찬양하는 모습, 혐오스러웠습니다. 광장에서 불쌍한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대신,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 어색했습니다. 광장에서 당당히 세상과 맞서는 대신 세상의 용병으로 행세하는 모습, 우수웠습니다. 성경에서 발견한 광장의 그리스도인과 많이 달랐습니다. 그랬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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