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농사 일정 속에서도 저희 교회를 기억하시고 60포기의 배추를 정성껏 재배해 주셨습니다. 종자도 제일 좋은 것으로 택하셔서 배추 한 포기 한 포기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셨습니다.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지난밤에 손수 밭에서 배추를 뽑아 깨끗이 다듬어 놓기까지 하셨습니다. 오전에 찬희 형제와 함께 부여로 달려가서 속살이 뽀얀 배추들을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마치 배에 가득 고기를 싣고 돌아오는 만선의 어부처럼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김장은 가장 행복하고 넉넉한 김장이 될 것 같습니다. 배추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 때문입니다. 역시 모심(母心)입니다. 가져온 배추를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옮겼습니다. 저희 집이 빌라 3층에 있기 때문에 60포기의 배추를 옮기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신바람이 나서 가슴에 배추를 한 아름씩 안고 계단을 뛰어다녔습니다. 불평 없이 엄마 아빠를 도와 열심히 배추를 나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기저귀를 차고 기우뚱거리던 시절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제는 부모의 일을 돕겠다며 제법 다부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하마터면 힘든 노동이 될 뻔했던 배추 옮기는 일이 덕택에 신나는 가족놀이마당으로 변했습니다. 이번 김장 김치는 역사상 제일 맛있는 김치가 될 것 같습니다. 배추에 버무려진 아이들의 웃음과 땀방울 때문입니다. 역시 동심(童心)입니다. 오늘과 내일 우리는 함께 김장을 담글 것입니다. 여러 성도들이 함께 저희 집에 모여 요란스럽게 김장을 하겠지요. 누구는 배추를 씻고 누구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누구는 양념을 마련하고 누구는 무채를 썰고 누구는 배추에 속을 넣으면서 모두가 함께 김장을 담글 것입니다. 뜨거운 밥에 새로운 김치 그리고 보쌈에 맛있는 점심식사도 하겠지요. 생각만 해도 신나는 광경입니다. 무엇보다 주사랑교회 가족들이 함께 모여 담그는 김장이라 더욱 신명이 날 것입니다. 함께 떠들며 함께 땀 흘리며 함께 사랑하며 함께 정성으로 만드는 김장이라 더 감동적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김장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김장이 될 것 같습니다. 배추에 스며들 성도들의 정성과 우정 때문입니다. 정녕 성심(聖心)입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