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의 생일선물로 자전거를 사주었습니다. 녀석은 생일 전부터 “이번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주세요”라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혹시 아빠가 자신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잊을까 걱정을 하며 저를 볼 때마다 제게 세뇌교육을 시켰습니다. “아빠 잊지 마세요. 꼭 자전거를 사주셔야 해요.” 저는 그렇게 녀석에게 수 주일을 시달린 끝에 드디어 인터넷으로 자전거를 주문했습니다. 며칠 전 택배로 자전거가 배달된 날 당시 학회에 참석 중이던 저에게 녀석은 수 차례 전화를 걸어 “아빠 언제 오세요? 빨리 와서 자전거를 조립해 주세요.”라고 들볶았습니다. 얼마나 자전거를 타고 싶으면 저럴까 싶어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가족이 모두 공원에 자전거를 타러 갔습니다. 무엇보다 둘째 아이에게 자전거타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요. 둘째 아이는 자전거 타기에 열심히 도전했지만 아직은 무리였습니다. 저는 열심히 자전거 뒤를 잡고 아이에게 소리를 치며 요령을 가르쳐 주었으나 번번히 아이는 자전거와 함께 옆으로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대신 얼마 전 처음으로 자전거를 스스로 타기 시작한 첫째 아이는 신이 나서 동생의 자전거를 탔습니다. 순간적으로 저는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수년 전 첫째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다 포기했던 일을 말입니다. 그렇게 고생을 하며 연습했으나 끝내 배우지 못했었는데 오늘 큰 아이는 혼자서 유유히 자전거를 타며 공원을 돌았습니다. 그런 첫째 아이를 보면서 지금은 한심해 보이는 둘째 아이에게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혼자서 멋지게 자전거를 타고 있을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이지요. 모두가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들려오는 경제위기설에 모두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IMF 때보다 더 힘든 시절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루머도 돌아다닙니다.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징조는 희망의 빛이 아닌 불안의 그림자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 보세요.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수 많은 순간들을 우리는 당당히 견뎌냈습니다. 그런 과거의 기억이 내일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합니다. 마냥 어렸던 저의 큰 딸이 어느덧 성장하여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있는 현실처럼 말이지요. 지금까지 함께 하신 “에벤에셀” 하나님께서 끝까지 우리의 “임마누엘”로 우리 곁을 지키실 것입니다. 그렇게 현재의 두려움을 희망으로 돌파합시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