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생들이 계속 자살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아까운 인재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결국 어제는 KAIST에서 총장과 학생들 간의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학생들은 총장에게 비난을 쏟아 부었습니다. 총장이 KAIST를 공부하는 기계들의 공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의 교육수준과 연구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실시했던 총장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학생들에게 극도의 긴장과 부담을 주어 마침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 학생들 비판의 요지입니다. KAIST의 서남표 총장은 취임과 함께 KAIST의 개혁을 주도했습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연구하지 않는 무능한 교수들을 대거 승진에서 탈락시킴으로써 국내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교수들에게만 회초리를 들이 댄 것이 아니라 학생 전체에게도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국립대학인 KAIST 학생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에게 1500만원의 ‘징벌적 등록금’을 내게 한 것입니다. 또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게 했습니다. 결국 학생들 간에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졌고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의 입지가 학교에서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학문의 전당이 전쟁터로 변한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저는 나사렛대학을 방문했습니다. 그 대학의 총장께서 손님들과 함께 하신 자리에서 학교를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친 후 총장님은 자신의 명함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명함에 점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순간 이 학교가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교육분야에서 전국 최고대학임을 기억해냈습니다. 그 자리에서 총장님은 우리에게 간단한 수화까지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우리 학교는 장애인으로서 내신등급 최하위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뽑습니다.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면 아무리 장애가 있고 지능이 낮아도 대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주위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이것이야 말로 기독교대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보다 일등이 우선인 세속의 명문대학과 장애인도 인간으로 존중하고 꼴등에게도 기회를 주는 기독교대학을 동시에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빌립보서 2장에서 바울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고 합니다. 그가 소개하는 그리스도는 모두가 하늘에 닿기 위해 발버둥칠 때 스스로 땅을 선택한 분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모두가 일등을 꿈꿀 때 스스로 꼴등이 된 분입니다. 바울이 우리에게 그런 예수의 뒤를 따르라고 권면합니다. 그렇게 살아간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사람 그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