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0-04-03 천안호 침몰과 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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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동안 우리는 천안호 침몰 사건으로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까지 침몰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40명이 넘은 군인들의 생사여부조차 알지 못합니다. 더욱이 실종자 수색 도중 군인이 사망했고 수색을 돕던 민간인 어선마저 침몰하여 또 다른 희생자들이 발생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 순간에도 피 말리는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으며 수색작업에 투입된 수 많은 사람들이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군부와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백성들은 안타까움과 불안감 속에 시시각각 방송에 귀를 기울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번 주가 ‘고난주간’이었습니다. 종려주일을 기점으로 부활절 전날까지 이어지는 거룩한 일주일입니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예수께서 인류의 죄값을 대신 치르시는 지극히 거룩하고 고통스런 기간이지요. 이 기간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고 동참하기 위해 교회마다 새벽예배를 드리고 금식을 하고 마음과 몸을 정결하게 지킵니다. 이 특별한 기간 중 이처럼 고통스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야말로 전국민이 뜻하지 않은 “고난주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뉴스 보도 하나 하나에 희비가 교차되고 탄식과 눈물이 이어졌습니다. 도무지 정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고통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전국민이 희생자 및 그 가족들과 마음으로 고통을 나눈 이 경험이 우리에게 무슨 교훈이 될까요? 저는 고난주간의 진정한 의미가 그리스도의 고난과 우리 자신을 일치시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의 희생과 죽음 그 자체가 무궁한 신학적 의미를 지니지만 그의 죽음과 고통을 우리의 것으로 내재화 시키는 경험 또한 교회가 이 절기를 지키는 또 하나의 진정한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고난주간을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의 고통마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의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의 아들들이 그토록 참혹한 죽음을 당하고 그 가족들이 극한의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비극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 철저히 남남으로 모르는 사이로 지내온 우리가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며 정신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교회가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역사 속에 기념하는 여러 목적 중 하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 땅의 첫 번째 부활절에는 하늘과 땅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분열이 극복되고 죽음이 생명으로 역전되었습니다. 부디 이번 2010번째 부활절에는 천안호의 비극이 사회적 통합과 민족의 성숙으로 역전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무관심과 미움 속에 죽었던 이웃사랑이 사랑과 용서로 부활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길 기도합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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