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큰 별이 떨어졌습니다. 한국사회에 “무소유”의 가르침을 남기고 법정 스님이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비록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이었지만 저는 인간적으로 그분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분이 쓰신 여러 권의 책도 읽었고 그분이 살아온 삶의 자취도 존경의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며 그분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그분이 쓴 <아름다운 마무리>란 책을 읽으며 그분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말 이렇게 홀연히 생을 마무리하셨네요. 제가 종교적 차이에도 법정에 관심과 존경을 보낸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그가 “무소유”를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의 주장에 감동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출가한 승려에게 무소유는 당연한 삶의 방식이지만 우리 같은 속세의 대중들에게 무소유는 불가능한 이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천민자본주의가 세상을 장악하고 교회마저 돈의 권력에 휘둘리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무소유를 향한 그의 일관된 가르침과 삶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현실적으로 무소유는 실천하기 어려운 가르침이지만 적어도 신앙인들에겐 진지한 삶의 목적으로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종교적 수행에 정진함과 동시에 비판적/실천적 종교인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진지하게 감당했습니다. 그는 독재정권을 향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였고 현 정권이 무리하게 4대강 개발을 추진할 때도 자신의 비판적 입장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타락한 세상 앞에서 자신의 정신도 함께 거칠어지는 모습을 자각하고 다시 철저한 수행의 길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는 산중에서 고독한 수행을 계속하면서도 세상의 불쌍한 대중들을 향해 마음을 열었고 타락한 권력을 향해 저항의 붓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거룩한 종교인으로 그리고 냉철한 지성인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합니다. 큰 어른이 떠났다고 슬퍼합니다. 그의 다비식에 수 만 명의 추모 인파가 운집했습니다. 그의 책들이 날개도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법정에 대한 세상의 정직한 평가입니다. 그는 불교계의 고위직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돈으로 세상을 호령한 적도 사람을 향해 권력을 휘두른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양심을 깨우고 정신을 맑게 하며 영혼을 울렸습니다. 한 명의 위대한 정신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그의 작은 삶이 크고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법정의 죽임이 우리에게 자신을 진지하게 반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