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11.03.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눈물

주사랑교회 0 1,446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눈물

남성용 공중화장실에 들어가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남자들은 이 문구가 무슨 뜻인지 다 압니다. 성급한 남자들의 부주의한 배설행위에 대한 점잖은 경고지요. 글의 의미와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배후에는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사회적·문화적 편견 이 놓여 있습니다. 울음은 여성의 전유물이고, 우는 남자는 ‘찌질한 놈’이란 통념에 제가 쉽게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울보 남자보다 울지 못하는 남자가 더 불쌍해 보입니다.
물론, 남자도 육체적 고통 때문에 웁니다. 매 맞는 아이들과 고문당하는 성인들은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너무 아파서 웁니다. 또한 지극한 슬픔 때문에 울기도 하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최선을 다한 일에서 실패했을 때, 복받치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가 눈물을 흘립니다. 때론, 정서적 감동으로 웁니다. 영화를 보거나, 웅장한 음악을 듣다가, 운동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리했을 때, 우리는 감동에 겨워 웃으며 웁니다. 성경을 읽어보면, 예수님도 우셨습니다. 나사로의 죽음 앞에서, 그리고 방황하는 백성을 바라보며, 우셨지요.
하지만 우리는 성경에서 다른 종류의 울음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 느헤미야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하나님의 율법 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에게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하니, 백성이 율법의 말씀을 듣고 다 우는지라”(느8:8-9). 느헤미야가 낭독하고 레위인들이 번역해준 말씀에 유대 백성이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심오한 지성적 각성은 무한한 정서적 감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말씀을 듣고 깨달은 자들이 깊은 감동 속에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카타르시스’임에 틀림없습니다.
다시 주일입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에서 예배가 진행될 것입니다. 부디, 이번 주일에는 성도들이 눈물의 예배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낭독되는 말씀, 그 말씀을 풀이하는 목회자의 설교를 들으며, 우리 안에 깊은 깨달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깨달음이 너무 강렬해서, 우리의 심장이 떨리고 눈물샘이 터졌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속에 주님의 영광을 보고, 우리를 향한 그분의 온전한 사랑을 깨달으며, 감사와 환희의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습니다. 깨달음과 감동, 그리고 눈물 속에, 영혼이 거룩히 정화되는 은혜의 예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눈물을 경험하는 그런 주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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