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에 고향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이미 고속도로는 주차장입니다. 명절 때마다 고향길이 천리요 빈 주머니는 부담으로 가득해도 마음은 어느새 부모님 곁으로 다가가 있습니다. 길거리의 피곤함도 손에든 선물꾸러미가 가벼워도 고향집의 향수와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에 끌려 그 수고를 기꺼이 반복하게 됩니다. 그것이 추석의 힘이요 한가위의 복입니다. 사실 하루의 삶이 십자가의 삶입니다.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마치 골고다를 오르는 듯 힘겹고 고달픕니다. 정교한 기계의 운행처럼 우리의 일상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마냥 바쁘고 정신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를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고향을 마음에 품는 것도 가당치 않습니다. 그렇게 팽팽하게 돌아가던 시간에 어느 날 달력이 한가위를 가리킵니다. 그 순간 정신이 버쩍 들고 멈추었던 삶의 나침판이 고향을 향해 돌아섭니다. 그리고 우리는 고향을 향해 가방을 챙깁니다. 한가위에 읽는 누가복음 16장의 “탕자 이야기”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합니다. 철없이 집나간 아들을 아버지가 오랫동안 기다립니다. 기약 없는 그 시간을 아버지는 하루도 예외 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세상의 관점엔 철없고 한심한 자식이지만 아버지에겐 여전히 소중한 피붙이며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기 때문일까요? 결국 그 아들이 타향을 떠나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렇게 가족은 다시 만나고 잃었던 시간은 회복되었습니다. 이번 한가위가 우리 교우들 모두에게 그런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세속의 혼돈 속에서 중심을 잃고 살았던 우리들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그분을 향해 발걸음을 돌이키는 시간 말입니다. 고달픈 세상살이에 자식의 도리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던 우리들이 고향의 부모님을 기억하고 그들을 향해 마음과 발걸음을 돌리는 시간 말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하늘에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는 사람들 중에 평화가 가득한 날이 되길 바랍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보름달의 환한 빛처럼 모처럼 세상이 넉넉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