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당시에 목사님은 오랜 유학생활과 부목사 시절을 마치고 작은 교회를 개척하여 즐겁게 목회하고 계셨습니다. 막 유학생활을 시작했던 저는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께 이런저런 넋두리를 하며 선배의 조건을 구했습니다. 한참 동안 저의 두서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지난 10년간 정신 없이 살았습니다.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겼는데 숨돌릴 틈도 없이 바빴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 쉴 수가 없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석사과정까지 시작했습니다. 바쁜 목회 속에 엄청난 분량의 공부까지 소화해 내려니 정말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순간도 지나간다. 반드시 지나간다.’ 그렇게 세월이 갔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그 시절들도 지나갔습니다. 공부도 끝났고 이렇게 담임 목회도 하게 되었지요. 배 전도사님의 유학시절도 그렇게 지나갈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목회를 시작한 이후에 그 목사님의 말씀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빈 예배당에서 홀로 기도할 때 우리 가족만이 참석한 송구영신 예배를 드릴 때 천하보다 귀한 성도들이 하나 둘 교회를 떠날 때 극심한 영적 슬럼프에 빠져 설교하고 기도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을 때 성장하지 않는 교회를 보며 극심한 절망하며 좌절했을 때 마침내 목회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 저는 마치 주문처럼 목사님의 말씀을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이 순간도 지나간다. 반드시 지나간다.’ 성도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정말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사는 분들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분들이지만 정말 평범한 인생은 한 분도 없습니다. 눈물 없이 살아온 날을 말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상황도 무심히 발언할 수 없습니다. 돈 때문에 건강 때문에 가족 때문에 공부 때문에 진로 때문에 심지어 신앙 때문에 가슴이 이미 새까맣습니다. 더욱 참담한 것은 현재의 고난이 언제 끝날 지 아무런 기약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삶이 이미 지옥입니다. 이런 처지를 지켜보며 저 또한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우리 보다 먼저 살았던 또한 우리만큼 삶의 역경을 체험했던 솔로몬이 전도서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에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을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전3:1-2). 아무리 좋은 현재의 것도 썩어 질 때가 있고 역으로 현재의 지옥이 천국으로 바뀔 때가 있다는 현자의 교훈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범사에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에게 교만과 절망 모두가 죄입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