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4.03.02. 삶으로 드리는 기도

주사랑교회 0 2,205

삶으로 드리는 기도

저는 나이를 먹으면, 공부를 많이 하면, 예수를 오래 믿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생각은 더 깊고, 마음은 더 너그러우며, 행동은 더 신중하리라고 말입니다. 약자에겐 더 친절하고, 강자 앞에선 더 용감해질 것이라고, 그리고 사람에겐 더 관용적이고 하나님껜 더 정직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지식이 쌓이면서 인격도 쌓이고, 경험이 축적되면 영성은 더 성숙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오늘의 저를 들여다보니, 그런 기대와 소망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공부를 할수록, 교회를 다닐수록, 더 쉽게 가슴에 분노가 치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미워하며, 더 자주 세상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것 같습니다. 철없던 시절에는 친구들과 거칠게 욕하며 주먹질도 자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며 다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철이 들었다고 생각한 나이가 된 후론, 친구를 사귀는 것이 점점 더 어렵습니다. 반면, 원수를 만들기는 얼마나 쉬운지 모릅니다. 얼굴은 웃지만, 속으론 수없이 칼을 휘두르며 말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눅11:4). 주님은 어찌 우리에게 이런 기도를 가르쳐주셨을까요? 사실, 저는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라는 기도를 수없이 반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용서를 구하는 기도 앞에,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란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슴 속엔 분노가 더 농축되고, 머릿속엔 증오의 명단이 더 길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뻔뻔하게 같은 기도를 반복합니다.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아마도 주님은 기도가 단지 종교적 탄원행위가 아님을 가르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란 ‘탄원’이 성립되려면,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는 ‘삶’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입으로 드리는 기도’는 ‘삶으로 드리는 기도’와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됩니다. 우리의 기도가 주술이나 미신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기도와 삶이 분리되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용서를 구하는 기도가 응답되려면, 먼저 죄인을 용서해야 합니다. 주님은 그렇게 기도를 가르치십니다. 아, 이 진리 앞에 이 죄인은 어찌합니까!
Kyrie eleison!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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