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08-11-12 단풍의 세상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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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모자이크 같기도 하고 잘 그린 수채화 같기도 합니다. 도로변의 나무들도 울긋불긋 혹은 노란색 단풍으로 단장했습니다. 어느새 황량한 거리가 명작을 전시하는 갤러리처럼 변했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보는 이의 가슴을 흔듭니다. 운전하던 중 달리던 차에서 내려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보기 참 좋습니다. 정말 가을이군요. 수채화 전시회 같은 길거리를 지나면서 나의 남은 생이 이 가을의 단풍과 낙엽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봄의 파란 잎처럼 희망에 찬 소년기를 여름의 푸른 잎처럼 열정 속에 청년기를 그리고 가을의 화려한 단풍처럼 성숙한 장년기를 보낸 후 늦가을의 숙연한 낙엽처럼 겸손한 노년기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 해의 사명을 완수한 성실한 나무처럼 저도 한 생애의 사명을 후회 없이 완수하고 싶습니다. 가을의 거리를 걷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면서 우리 주사랑교회가 세상을 향해 그런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교회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힘겨운 삶의 무게에 눌리고 불안한 미래의 도전에 흔들리는 현대인들에게 순간순간 쉼터를 제공하고 과정의 행복을 누리도록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답답한 차에서 내려 잠시나마 땅 위를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도록 초대할 수 있다면 또한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지친 세상이 오늘만이라도 창조의 신비를 발견하고 존재의 축복을 누리도록 격려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멋진 낙엽을 보면서 올해가 그렇게 멋지게 마무리되길 기원했습니다. 올 해의 마지막 달력을 미련 없이 떼어낼 수 있기를  마음속에 남은 미움과 원망의 찌꺼기를 말끔히 털어낼 수 있기를 무모한 집착과 불합리한 오기의 끈을 단호히 놓을 수 있기를 불신과 갈등의 상처가 가을의 바람 속에 깨끗이 아물기를 이 가을에 이 기원이 하늘에 닿기를 기원했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진지한 가을입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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