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2-10-21 믿음으로 빛나는 지성을 꿈꾸며

주사랑교회 0 2,232

대학시절 친구가 다니던 교회의 청년부 수련회를 따라간 적이 있습니다. 전도사님과 청년 5명 정도가 참석한 작은 규모의 수련회였습니다. 강원도의 한 기도원에서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단지 하루 종일 욥기서를 읽고 저녁에 전도사님의 인도 하에 진지한 토론회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많은 질문이 생겼기 때문에 저도 여러 질문을 던졌고 논쟁에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참석했던 한 누나가 제게 다가와 친절하지만 근심어린 목소리로 진심어린 충고를 했습니다. “덕만아 네가 보니 너는 너무 사변적으로 신앙에 접근하는 것 같다. 믿음은 단순해야 하는데 너는 신앙에 대한 이성적 고민이 너무 많구나. 걱정이다. 주님께 단순한 믿음을 달라고 기도하렴.” 누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 저는 기독교 교리에 대한 이성적 고민에 깊이 빠졌고 수년 동안 고통스런 갈등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물론 이제는 이성과 신앙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되어 청년기의 혼돈은 벗어났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목회자로서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이성과 신앙의 갈등 속에 신앙적 위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앙과 이성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종교는 무식한 사람들의 전유물이고 지성인이 신앙을 갖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가? 지성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순박한 믿음을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한 꿈인가? 사도행전 4장에는 사도들이 예수의 부활에 대해 설교할 때 제사장을 포함한 종교지도자들이 그런 설교를 싫어하여 그들을 감옥에 가두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역으로 일반 백성들은 그 설교에 감동하여 5천 명의 남자들이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사장들은 당대의 지성인들이었지요. 성경과 신학에 정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복음을 거절했습니다. 반면 무지했던 백성들은 그 설교에 열광했습니다. 사도들이 탄압을 받는 상황에서도 믿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이성과 신앙이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결코 양자의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 속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돈독한 믿음을 소유한 뛰어난 지성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성과 지식이 소박하지만 진지한 믿음에 장애가 될 경우가 빈번함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예수께서 어린아이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경고하셨던 말씀의 의미를 지성인들은 늘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정교한 이성이 순수한 믿음으로 더욱 빛나길 소망해 봅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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