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을 표현하는 영어 표현 중 “성경을 들고 다니는(Bible-carrying) 사람”과 “성경을 믿는Bible-believing) 사람”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런 표현들은 기독교 특히 개신교 안에서 성경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개신교의 탄생을 가져온 종교개혁에서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종교개혁의 이상을 세 가지 표어로 정리했습니다.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 그리고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성경보다 교회와 전통을 중시했던 가톨릭에 저항해서 성경에 최고의 권위를 부여한 것이 종교개혁입니다. 따라서 교회에서 성경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마땅합니다. 개신교 내에서 성경을 중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란 믿음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책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과 성경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오직 성경만 하나님의 말씀이며 성령의 감동으로 집필되었다고 신자들이 믿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책이 귀하고 훌륭하지만 성령의 감동을 받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성경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맥락에서 오해가 존재합니다. 과연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되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딤후3:16에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하나님의 감동으로”를 NIV 성경에서는 “God-breathed”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호흡 숨결 혹은 생기라고 번역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이 영어번역은 “하나님의 감동”혹은 “영감”이란 말의 뜻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비슷한 표현이 아담의 창조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흙으로 빚은 아담에게 하나님께서 생기를 불어 넣자 그가 생령이 되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하나님의 호흡/생기가 주입되기 전 아담은 그저 흙덩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하나님의 숨이 주어지자 그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원리를 성경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자 혹은 책으로서 성경은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문자 속에 하나님의 생기가 불어넣어지자 그 책에 생명이 주어진 것입니다. 딤후3장은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숨결을 담은 성경은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은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저는 성경과 하나님의 호흡 간의 관계가 성경집필 과정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집필 과정에 역사하셨던 하나님께서 그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들에게 동일하게 역사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결국 성경을 통해 그 속에 역사하는 성령을 통해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문자로 머물 수 있는 성경이 성령의 권능 속에 선을 행하는 사람으로 성경의 독자들을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이미 세상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책들이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지식과 정보를 탁월하게 전해주지만 그 안에 사람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숨결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교회가 함께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 고귀한 체험이 우리 안에 강하게 나타나길 소망합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