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0-07-10 세상의 월드컵과 하늘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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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월드컵 이야기를 빼면 대화가 안 됩니다. 한국이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오르면서 국민들의 기대와 흥분은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오늘 밤 남미의 강팀 우루과이와 결전을 벌이는데 벌써부터 전국이 축구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밖에는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제법 굵게 내리지만 아마도 전국의 모든 광장은 붉은 옷을 입은 응원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겠지요. 빗속에서도 태극기와 함께 “대~한민국”의 함성이 밤하늘을 울릴 것입니다. 정말 스포츠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 하나에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바뀌고 온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감정은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슛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아~”하는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우리 선수가 기막힌 슛으로 골을 성공시킬 때 어느 샌가 우리는 하나 되어 옆 사람을 끌어 안고 껑충껑충 춤을 춥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닙니다. 작정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 많은 사람을 한 마음 한 동작으로 통일시키는 공의 위력에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저는 우리 안에 내재된 무서운 속성을 적나라하게 확인합니다. 실수한 선수를 향해 폭력적인 분노가 폭발할 때 저는 우리 안에서 짐승을 봅니다. 과도한 감정이입의 결과 평상시에는 감추어졌던 폭력성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 자신 안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며 혼자 몸을 떨게 됩니다. 또 하나 상대팀을 향해 적개심이 일방적으로 표출될 때 저는 우리 안에서 죄의 흔적을 봅니다. 축구공이 움직이는 순간 승리에 대한 집착과 근거 없는 애국심이 뒤섞이며 경기장은 전쟁터로 돌변합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하자”는 FIFA의 정신은 더 이상 그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승리를 위한 무서운 경쟁의식과 승리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 있을 뿐입니다. 에덴이 아닌 정글입니다. 월드컵에 열광하는 사람들 승리에 목마른 사람들 이것을 이용해 치부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천국은 너무 재미 없는 곳일지 모르겠습니다. 천국에는 붉은 옷을 입고 목이 쉬도록 “대~한민국”을 부를 기회가 없을 것이고 실수한 사람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골을 넣은 사람을 영웅으로 숭배할 기회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천국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은 매우 다를 것입니다. 거기에선 실수한 사람들이 더 큰 박수를 받고 상대팀을 위해서도 “파이팅”을 힘껏 외치고 승패와 상관 없이 경기를 즐기고 전쟁터가 아닌 축제의 한마당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에 참여한 모든 선수가 영웅이요 경기를 구경한 모든 관객들이 행복한 그런 월드컵이 될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의 남은 경기 속에서 그런 모습을 잠시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우리 팀의 경기에서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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