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0-01-30 고통 속에 임하는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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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의 강진이 발생하여 수 십만 명이 사망하는 세계적 참극이 발생했습니다. 대략 20만 명 정도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어떤 이들은 50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아무튼 대통령궁을 비롯한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건물 대부분이 허물어졌습니다. 아직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고 붕괴된 건물 밑에 깔려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구조되었어도 병원에 의약품과 의료진이 턱 없이 부족하여 안타까운 목숨들이 허망하게 꺼져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나라는 제대로 된 도로나 운송 및 통신시설이 부족하여 구조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나라는 독재와 부정이 만연하여 세계 각지에서 답지되는 구호물자들이 제대로 분배될 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허리케인으로 대규모 홍수를 겪었는데 이번에 지진까지 겹쳐지면서 설상가상 사면초가의 비극적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정말 말이 안 나오고 대답이 없는 기막힌 현실입니다. 금요기도회 시간에 아이티를 위해 함께 기도했습니다. 저의 기도는 통곡으로 변했습니다. 갑자기 여러 생각이 스치면서 감정이 복받쳐 올랐던 것입니다. 아이티 사람들이 불쌍해서 울었습니다. 가난 독재 자연재해로 만신창이가 된 그들의 삶 이미 이 땅에서 지옥을 살아가는 그들이 너무 서럽고 억울해서 저도 모르게 울고 말았습니다. 인간에 대한 환멸 때문에 화가 나서 울었습니다. 그 동안 아이티를 지배했던 군부독재자들이 미워서 울었습니다. 군부세력은 군대를 동원해 인권을 유린하고 비리와 부정으로 국가를 파괴했습니다. 미국은 그런 비리정권을 지원하고 인권탄압을 묵인했습니다. 권력에 눈이 멀어 사람목숨을 파리목숨 같이 장난치는 인간들이 혐오스러워 울었습니다. 또한 제 자신의 돌 같은 마음에 실망해서 울었습니다. 아이티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알고도 저는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저 또 한번의 지진이 났다고 먼 나라에서 벌어진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요? 그토록 떠들어댄 믿음과 사랑은 어디 간 것일까요? 말뿐이고 허울뿐인 저의 신앙과 신학이 혐오스러워 울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의 기도는 신비했습니다. 저의 무심함을 회개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티에 대한 관심을 일신하고 할 일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목회자의 사명을 되새기고 신학자의 책임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가 가야 할 길과 감당해야 할 사명도 분명히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험하고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눈물로 함께 기도할 때 견디고 싸울 힘을 얻습니다. 그렇게 고통 속에 은혜가 임합니다. 정녕 신비입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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