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09-03-12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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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섭 목사님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그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목사가 되었습니다. 남들이 대형교회에서 사역의 자리를 찾을 때 그는 군목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빈민가에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불우청소년들에게 야학을 통해 지식을 가르치고 삶을 함께 하며 인생을 가르쳤습니다. 그들과 평등한 관계 속에서 사역하기 위해 “목사직”마저 포기했습니다. 평생 동안 그들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빈민들을 위해 싸우다 감옥에도 여러 번 갔습니다. 재산을 소유하지도 않았고 명성을 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얼마전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메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함으로써 “큰 별”이 떨어졌다고 서글퍼할 때 어떤 이들은 김 추기경보다 더 큰 별이 떨어졌다며 허 목사님의 병환을 안타까워합니다. 저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허병섭 목사님에 대해 처음 들었습니다. 노가다 꾼이 되기 위해 목사직을 교단에 반납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이름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그가 먼저 쓰러진 아내를 간병하다가 자신도 뇌질환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동안 그의 생의 족적을 더듬으며 그가 우리 시대에 소외되었던 영적 거장이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누군가 이 땅의 민중을 위해 그렇게 처절하게 헌신하며 사는 동안 저는 주류에 편입되어 호의호식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의 삶을 철저히 망각하고 개인적 안락과 성공에 집착하며 속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 예수님께서 다시 오신다면 어디에 임하실까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은 누구를 제일 먼저 만나러 달려가실까요? 예수님께서 제 앞에 나타나시면 저는 그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까요? 혹시 그분이 나타나서 “덕만아 그 동안 병섭이가 하던 일을 이제부터는 네 놈이 해라!”하시면 저는 어떻게 할까요? 사실 무섭습니다. 허병섭 목사님 같은 분들을 볼 때마다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우면서 부럽고 또 두렵습니다. 주님을 보고 십자가를 보고 좁은 길을 보면서도 자꾸만 주님과 눈 마주치길 거부한 채 십자가 주변을 서성이고 큰 길로 도망치는 제 모습을 보며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비겁하며 교활한 제 모습에 서러워 눈물이 납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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