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09-03-14 사순절을 지나며

최고관리자 0 2,452

사순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골고다의 십자가 처형과 삼일 후 극적인 부활에서 절정에 이르는 40일간의 거룩한 여정입니다. 젊고 건강한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수도꼭지에서 무한정 쏟아지는 물처럼 흔하고 평범한 것 같지만 예수님에게 사순절은 이 땅의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그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늘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숨가쁜 순간들을 보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할 때 그의 땀이 피가 되었다는 성경의 기록은 그분이 살았던 마지막 시간의 농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예수께서 골고다에 이르기까지의 숨가쁜 여정 속에는 여러 사건들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 여정에서 드러난 그분의 행적은 저의 가슴을 계속 두드리며 그를 따르는 삶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되묻게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들을 사랑과 용서를 위해 온전히 사용하셨기 때문입니다.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함께 하고 제자들의 발을 손수 닦고 세상을 위해 십자가를 홀로 지며 자신을 저주하는 자들을 용서하고 강도에게 낙원을 약속하고 어머니를 제자에게 부탁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죽음의 시간을 사랑의 영원으로 역전시키는 하늘의 기적을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새삼 절감하며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쉽게 용서할 수 없어서 번민과 갈등의 밤을 보냈습니다. 더 이상 덮어주고 기다리고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많이 고생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주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때 기도하라.” “용서할 수 없을 때 축복하라.” “사랑할 수 없을 때 십자가를 바라보라”는 말씀을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마침내 성령께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셨습니다. 은혜입니다.   “주님 이 사순절에 저도 주님처럼 사랑하게 하옵소서. 주님처럼 울게 하옵소서. 주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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