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1-10-09 일과 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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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가족과 함께 병원에 다녀온 후 정말 오랜 만에 푹 쉬었습니다. 할 일이 태산이었지만 다 포기하고 낮잠을 잤습니다. 꿈같은 4시간의 잠. 거의 10개월 만에 다시 시작한 새벽기도의 후유증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동안 쌓인 피곤의 결과였을까요? 지난 주부터 심하게 피곤을 느꼈습니다. “사우나에서 뜨거운 물로 목욕하고 한 시간만 마음 놓고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꿈이었습니다.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입술에 포진이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눈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계속 졸음은 밀려오고 그 와중에도 일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과로로 죽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피곤이 원인이라더군요. 그래서 집에 돌아와 만사를 제쳐두고 그냥 잤습니다. 기절한 듯이 잠에 떨어져 토요일 오후를 보냈습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습니다. 사실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바쁘다는 것은 행복한 비명이지요. 부당해고를 당한 동료들을 위해 수 백 일째 골리앗 크레인 위에서 농성중인 김진숙 씨를 볼 때 일자리를 달라며 미국 월가를 점령한 청년 실업자들의 안타까운 절규를 들을 때 직업과 직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대엔 실로 예외적인 특권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존재이유가 노동은 아닐 것입니다. 창세기에 하나님의 천지창조이야기가 나오지요. 6일 동안 우주를 창조하신 후 7일째 되는 날 하나님께서 “안식”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학자들 간의 논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하나님의 창조활동에 무게를 두고 어떤 이들은 하나님의 안식에 방점을 찍습니다. 제게는 그 논쟁자체가 어리석어 보입니다. 창조 행위 없는 하나님을 상상하기 어렵고 일만하는 하나님의 모습도 용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6일간의 노동 후에 이어진 하루의 안식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노동과 쉼에 대한 신성한 규범입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고 쉬셨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과 쉼에 관한 성경적 교훈은 자명합니다. 먼저 인간에게 노동은 축복입니다. 예수님도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라고 천명하셨지요. 노동은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저주가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일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일하길 거부하는 사람 일할 기회를 박탈하는 기업 이런 현실을 방관하는 정부는 하나님께 혼납니다. 둘째 인간은 일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물론 노동은 생존을 위해 필요합니다. 하지만 노동은 창조의 행위로서 인간의 천재성이 드러날 기회요 지극한 기쁨과 만족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창조하는 예술가로 살아야 합니다. 인간을 한낱 노동하는 기계로 변질시키는 순간 자본주의 문화는 성경과 멀어집니다. 끝으로 인간의 노동은 적절한 안식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하나님도 창조 후에 쉬셨습니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하나님께서 안식을 위해 노동하셨는지 모릅니다. 기계도 일한 후엔 쉽니다. 땅도 추수 후엔 쉽니다. 노동한 인간도 쉬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한 후의 안식은 행복이며  일 없이 쉬는 시간은 고통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한 후에도 쉬지 못한다면 그것은 저주입니다. 오늘은 거룩한 안식일입니다. 열심히 일한 후에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주님의 품 안에서 영과 육이 쉼을 얻는 행복한 하루가 되길 원합니다. 안식일이 또 다른 노동의 시간이 아닌 진정한 쉼의 날이 되길 소망합니다. 한 주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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