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4년 1월 3주(1.21)

주사랑교회 0 22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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