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
정호승
나 아기로 태어나 엄마 손을 처음 잡았을 때
나의 손은 빈손이었으나
내가 아버지가 되어 아가 손을 처음 잡았을 때도
나의 손은 따스한 빈손이었으나
예수의 손도 십자가에 못박혀 매달리기 전에
목수로 일하면서 생긴
굳은 살이 박혀있는 빈손이었으나
지금 나의 손은
그 누구의 손도 다정히 잡아주지 못하고
첫서리가 내린 가을 들판의 볏단처럼
고요히 머리 숙여 기도하지 못하고
얼음처럼 차고 산처럼 무겁다
나 아기로 태어나
처음 엄마 손을 잡았을 때는 빈손이었으나
내 손을 잡아준 엄마도 결국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나셨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