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3년 10월 5주 (10.29)

주사랑교회 0 39

빈 손

                                              정호승

 

나 아기로 태어나 엄마 손을 처음 잡았을 때

나의 손은 빈손이었으나

내가 아버지가 되어 아가 손을 처음 잡았을 때도

나의 손은 따스한 빈손이었으나

 

예수의 손도 십자가에 못박혀 매달리기 전에

목수로 일하면서 생긴

굳은 살이 박혀있는 빈손이었으나

 

지금 나의 손은

그 누구의 손도 다정히 잡아주지 못하고

첫서리가 내린 가을 들판의 볏단처럼

고요히 머리 숙여 기도하지 못하고

얼음처럼 차고 산처럼 무겁다

 

나 아기로 태어나

처음 엄마 손을 잡았을 때는 빈손이었으나

내 손을 잡아준 엄마도 결국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나셨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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