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3년 10월 3주 (10.15)

주사랑교회 0 41

어떤 소년

                            김남조 

 

꽃 배달처럼

나의 병실을 찾아온 소년에게

내 지금 처지가 감방 같다 했더니

그 아이 말이

저는 어디 있으나

황무지며 사막이예요. 란다

넌 좀 낙관주위가 돼야겠어

놀라는 내 대꾸에

그건 비관주의보다 더 나쁜 거예요

헤프고 바보스럽고

맥빠져 있으니까요, 란다

 

아이야

천길 벼랑에서 밑바닥 굽어본 일

벌써 있었더냐

온몸의 뇌관이 저려들면서

허공에 두 손드는

시퍼런 투항도 해보았더냐

심장 한가운데를 쑤시던

사람 하나가

날개 달아 네 몸 두고 날아갔느냐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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