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조이기
유수연
잘 버티고 있다
그거 하나쯤이야
사는 데 문제없으므로
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을 겨우 참아본다
모든 사람을 지우고 싶은 날
조용히 운동장을 도세요
이런 생각은 그만 접어두자 말하며
이런 생각은 그만 잊어버리자 생각하며
운동장을 잊을 정도로 돌았다
잊으려 할수록 또렷해지면 대개 그 생각이다
그러면 주먹을 쥐었다
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을 남긴 채
닿지도 않을 대답을 준비한다
날씨가 좋네요 날씨가 좋아요
같이 걸을까요 날씨가 좋아요
마주 오는 사람의 눈을 내가 먼저 보았다
두어번 주저앉았지만
일어나 마저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