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3년 4월4주 (4.23)

주사랑교회 0 177

나는 언젠가부터 타인의 죽음으로 나이를 세기 시작했는데, 그래,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죽지 않았고, 죽지 않았으므로 입도 살아있었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산 입에 거미줄을 치지 않으려고, 혹은 입에 풀칠하려고, 죽은 사람들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기록하고, 산 사람들의 죽음을 예감하는 것이, 살아 있는 나에게 주어진, 온전한, 의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나는 가끔, 오른 손바닥을 펼쳐 손금을 들여다보았고, 거기에는, 손바닥을 악물고 있는 겨울날의 나뭇가지들이, 마른잎 하나도 없이, 앙상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것들은, 나의 운명에 대해 아무것도, 적어도 사망일이라도,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나느 ㄴ다시 왼 손바닥을 펼쳐 , 왼손의 손금을, 로느쪽의 그것과 번갈아 들여다보았고, 하지만 그 역시도, 아무 것도, 의미있는 날짜나 고유 명사 하나도 알려주지 않았다.

( 장일호, <슬픔의 방문> 중에서. 한유주 <자연사박물관>에서 재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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