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허은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 책임이 있어요
거친 여울 저무는 기슭에서
서로의 눈에 스민 계절을 헤아리며
표정이 닮아갈 날들
그리하여 어느 날
세상에 지고 돌아온 당신이
웅크려 누울 때
적막한 등 뒤에
내 몸을 가만히 포개고
우리는 인간의 말을 버리기로 해요
우리 숨이 나란하도록
밤이 깊도록
당신이 나를 업고 걷던 그 밤처럼
당신의 등에
내 글썽임과 부끄럼까지를
잠시 올려두고
긴 밤을 낙타처럼 걸어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