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2년 11월 4주 (11.27)

주사랑교회 0 573

반려 

                           허은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 책임이 있어요 

 

거친 여울 저무는 기슭에서 

서로의 눈에 스민 계절을 헤아리며 

표정이 닮아갈 날들 

 

그리하여 어느 날 

세상에 지고 돌아온 당신이 

웅크려 누울 때 

 

적막한 등 뒤에 

내 몸을 가만히 포개고 

우리는 인간의 말을 버리기로 해요 

 

우리 숨이 나란하도록 

밤이 깊도록 

당신이 나를 업고 걷던 그 밤처럼 

 

당신의 등에 

내 글썽임과 부끄럼까지를 

잠시 올려두고 

긴 밤을 낙타처럼 걸어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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