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19년 9월 1주 (9.1)

주사랑교회 0 521

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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