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19년 7월 3주 (7.21)

주사랑교회 0 540

향기로운 비

 

                                 이어령

 

얼마나 큰 슬픔이었기에

너 지금 저 많은 빗방울이 되어

저리도 구슬피 내리는가.

한강으로 흐를 만큼

황하를 채울 만큼

그리도 못 참을 슬픔이었느냐

 

창문을 닫아도 다시 걸어도

방안에 넘쳐나는 차가운 빗발

뭔가 말하고 싶어 덧문을 두드리는 

둔한 목소리 그런데 이 무슨 일이냐,

 

시든 나뭇잎들은

네 눈물로 살아나 파란 눈을 뜨고

못생긴 들꽃들은 네 한숨으로 피어나

주체하지 못하는 즐거움으로 빛살을 짓는다

 

얼마나 큰 기쁨으로 태어났으면

저리도 많은 빗방울들이

춤추는 캐스테네츠의 울림처럼

그리움에 목타는 목을 적시고

미어지는 가슴을 다시 뛰게 하더니

어느새 황홀한 무지개로 오느냐.

 

향기로운 비가 내린다

너 지금 거기에 살아있구나 

 

표주박으로 은하의 강물을 떠서

잘 있다 잘 잔다 말하려고,

너 지금 그 많은 비가 되어

오늘 내 문지방을 적시는구나.

비야 향기로운 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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