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2년 11월 1주 (11.6)

주사랑교회 0 629

내 속에는 많은 내가 있다. 고통과 환멸을 안기는 다른 관계들 속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나를 버텨주기 때문이었다. 단 한 사람이 여러 다른 사람으로도 살아가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죽을 때 나 중에 가장 중요한 나도 죽는다. 너의 장례식은 언제나 나의 장례식이다.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번 일어났다’가 맞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 신형철, 『인생의 역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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