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박노해
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화분 하나 들여놓는 것이 아니다
시들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내 몸속에 나무를 심는 것
그 사랑 떠나는 날
내 심장이 뽑히고
한 세계가 뽑히고
깊은 심연에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 뚫린 어둠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고
긴 탄식이 흐르는
아, 나는 사랑을 했어라
내 안에 나무를 심었어라
사랑의 나무를 심었어라
그 나무처럼 내가 살고 푸르러지고
그 나무처럼 내가 죽고 메말라가는
사랑은
내 몸속에 나무를 심는 것
내가 죽어도 나를 거름 삼아 커나가는
사랑은 내 심장에 나무를 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