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4년 4월 2주 (4.14)

주사랑교회 0 215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선영

 

나는 선운사 동백이나 비슬산 참꽃이 아니다

고란사 홀로 숨어 피는 고란초는 더욱 아니다

나는 봄이면 담장 안 에 흔히 피는 개나리이거나 목련일 따름이다

담장 안에서 고개만 비죽 내밀고 보이는 만큼만 세상을 구경하거나

더러 공원에 가면 사람들과 적당히 섞여 봄 한때의 정취를 나누기도 한다

도시의 한길가에서 탁한 공기와 매연을 마시는 일도 마다치 않아야 한다

 

나는 동백이나 고란초의 남다른 고고함 또는 남모를 고초에 관해 알지 못한다 

알 리 없을 것이다

나는 흔하디흔한 시정의 꽃으로 꽃 피워왔으며

그렇게 피고 지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꽃 피어 있음의 한편 희열과 한편 슬픔, 환멸을 알 뿐이다

개나리 목련으로 꽃핀 데 그친 내 생이

생의 다가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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