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2025년 1월 1주 (1.5)

주사랑교회 0 17

새해병상

                          도종환

 

앓아누운 채 새해 첫날을 맞았다

새벽부터 가야 할 모임이 있고

올라야 할 산이 있고

방문하기로 한 여러 일정이 있었지만

다 접고 온종일 자리에 누워 있어야 했다

 

올해도 빨간 산수유 열매 같은 영혼을 지녀야겠다

한파 속에서도 단단한 나이테를 늘려가야겠다

시간의 절반 사이를 정신없이 옮겨 다니며

인쇄된 악보를 쫓아가기 급급한 연주자가 아니라

쉼표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연주가가 되고 싶다

쓰러져 누워야 정신이 드는 생활이 아니라

시간과 시간 사이의 절제를 익혀야겠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세차다

비로소 시간보다 존재에 눈 돌리는 하루

앓아누운 채 새해 첫날을 고맙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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