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때보다 긴 명절 휴가였으나 동시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명절 기간 동안 겪었던 세가지 일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저는 명절을 지내기 위해 인천에 갔습니다. 별 어려움 없이 인천에 도착했으나 도착 직후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무섭게 비가 내리더니 결국 물난리가 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어머니 집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인천과 서울이 물 폭탄에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명절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수재민이 되어버린 참담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비록 수해는 모면했으나 저의 조카가 급성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결국 동생가족과 함께 명절을 지내지 못했습니다. 다들 사는 것이 분주하여 명절이나 되야 겨우 얼굴 한번 볼 수 있는 형편인데 갑자기 아이가 40도까지 열이 오르면서 명절을 병원에서 보내게 된 것입니다. 추석 아침에 예배를 드린 후 아내와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수원에 있는 병원으로 조카 문병을 갔습니다. 금방 다녀올 계산으로 집을 나섰지만 결국 주차장으로 변한 고속도로에 갇혀 하루를 길에서 보내고 말았습니다. 밥도 굶어가며 말입니다. 누구는 명절을 병원에서 누구는 길 위에서 보내고 말았습니다. 물 난리만큼이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황당한 하루였습니다. 명절 연휴는 길었지만 저는 마감이 코 앞에 닥친 논문과 다음 날의 강의 때문에 또 큰 아이의 중간시험 때문에 목요일 밤에 대전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길이 막힐까 걱정하여 평상시와는 다른 길로 차를 몰았는데 다행히 길은 밀리지 않았습니다. 깜깜해진 가을 밤에 운전하는 몸이 피곤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두운 밤하늘에 떠오른 달이 너무나 크고 둥글고 밝았습니다. 정말 보름달이더군요. 그렇게 크고 넉넉하게 둥글고 환하게 밝은 달을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그 달을 바라보는 순간 지난 며칠 동안 겪었던 황당한 일들로 무거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달빛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사는 것이 늘 이런 것 같습니다. 잔뜩 기대를 갖고 미래를 기다리지만 정작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은 황당하고 기막힌 재난일 때가 얼마나 많은 지요.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이 가장 처절한 고통의 순간으로 추락하는 경험은 또 얼마나 흔한지요.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 황당한 결과로 돌아올 경우는 왜 그리 많은지요. 채 정신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그야 말로 폭탄이 터지듯 난리가 몰려올 때도 얼마나 많은지요. 그래서 사는 것이 황당하고 기막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순간에도 둥실 떠오른 달빛 하나로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 것이 또한 우리가 아닌가요. 힘겨운 삶 속에 둥실 떠오른 달빛 같이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의 삶을 환히 비추길 축원합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