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0-04-11 모든 육체는 풀과 같다. 그래서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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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 만에 만화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란 제목의 만화로 만화가 강풀의 작품입니다. 제법 오래 전에 이 만화가 Daum에 연재될 당시 우연히 한편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연재가 끝나고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더군요. 언제부턴가 만화책 읽을 기회가 없어졌지만 개인적으로 강풀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지만 인간미가 넘치고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시대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또 제 수준에 딱 맞게 소재가 매우 소박하면서 재치가 번뜩입니다. 그가 목사님의 아들이란 점도 특이하구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들의 사랑이야기입니다. 한 없이 무뚝뚝한 전형적인 한국형 할아버지 김만석 이름도 없이 평생을 고생하며 외롭게 산 송씨 할머니 치매 걸린 할머니 조순이 그를 극진히 사랑하는 남편 장군봉. 김만석 할아버지는 평생 아내에게 무뚝뚝했던 남편이었습니다. 평소 우유를 좋아했던 아내를 암으로 갑자기 잃고 상심 속에 살다가 송씨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송씨 할머니는 시골에서 남편과 도망쳐 살았으나 폭력 남편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던 딸마저 병으로 잃은 채 폐지를 주우면서 외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장군봉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며 자식들의 무관심 속에 주차장 관리를 하며 살다가 김씨 할아버지와 송씨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만석이 할아버지와 송씨 할머니는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송씨 할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석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할머니를 가슴에 품고 살다 세상을 떠납니다. 장군봉 할아버지는 치매 걸린 할머니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아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목숨을 끊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군봉 할아버지는 어느새 친구가 된 만석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하지요. 이 과정에서 전개되는 할아버지 할머니 간의 애틋한 사랑 자식들의 무심함 그러면서도 사람들 간의 정과 인심이 독자들의 가슴에 수 많은 생각과 감정을 자아냅니다. 결국 저는 울었습니다. 하루 종일 만화내용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들 때문에 또 우리 부부의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만화의 내용이 남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지게 늙어야겠다고 끝까지 아내와 함께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다”는 베드로 사도의 고백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래서 이 육신의 삶이 더 절실하고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한번밖에 기회가 없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더 귀하게 여기고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멋지고 귀하게 늙읍시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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