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0-01-09 폭설 속에 맛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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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동안 전국이 폭설로 몸살을 알았습니다. 서울은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길이 빙판이 되어 사고가 속출하고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습니다. 폭설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유럽에도 폭설로 난리가 났습니다.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대륙횡단 열차가 멈추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아틀란타에선 30중 충돌사건이 벌어지고 노스다코타주에선 기온이 영하 47도까지 내려갔습니다. 도로에서 자동차들은 춤을 추고 강풍에 사람들은 날아가고 폭설에 시설이 마비되는 황당한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졌습니다. 그야 말로 세상이 난리입니다. 세상이 폭설과 혹한에 꽁꽁 얼어붙으니 사람의 마음도 움츠러들고 활기를 잃었습니다.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고 운전하는 것은 지극한 부담이 되었습니다. 창문을 굳게 닫고 보일러 온도를 한껏 올렸습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침대에 전기장판을 깔았습니다. 그 안에서 꼼짝 않고 누워있는 것이 천국 같습니다. 괜히 밖에 나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누구 손해인가요? 동장군의 횡포를 피해 방안에서 “방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뜻한 밥에 따뜻한 차에 따뜻한 침대에 따뜻한 TV까지 정말 이 생활이 최고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습니다. 밖에는 눈발이 휘날리며 천지가 냉장고로 변했는데 아이들은 흩날리는 눈발에 눈으로 뒤덮인 하얀 세상에 거의 정신이 나갑니다. 밖으로 나가자고 하루 종일 졸라댑니다. 눈사람을 만들자고 눈싸움을 하자고 아침부터 제 옆에서 주문을 외웁니다. 그 칭얼거림에 무시로 때로는 고함으로 때로는 황당한 변명으로 둘러대고 거절해 보지만 아이들의 사전에 포기란 없습니다. 결국 제가 졌습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의 기분으로 아이들과 함께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못해 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신이 났습니다. 옛 생각이 났습니다. 한 30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동생과 눈사람을 만든 것이 말입니다. 눈을 굴려 눈덩이를 만들고 주변에서 자갈을 찾아 눈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방에서 털모자를 가져와 눈사람 머리에 씌웠습니다. 그렇게 눈사람 두 개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신나게 눈싸움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잠시 아이가 되었고 옥상에는 가족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눈 때문에 세상은 지옥으로 변했지만 저는 아이들 덕택에 잠시나마 참 행복하고 신이 났습니다. 동일한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말입니다. 여러분도 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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