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22년 봄, 현장예배를 기다리며.

주사랑교회 0 665

미국 재세례파 공동체 아미쉬에는 럼스프링가(Rumspringa)라는 관습이 있습니다.

럼스프링가는 '떠돌아 다니기'란 뜻으로 10대 후반의 아미쉬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공동체를 떠나 아무 간섭없이 세속사회를 경험하는 '의무적 일탈 기간'입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청소년들은 아미쉬 공동체에 남을지, 떠날지 결정하는데 통계적으로 90% 가량이 공동체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비교한 후에 돌아와 세례를 받고,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아미쉬의 생활방식과 규율을 엄수하기로 맹세하는 거지요.

 

럼스프링가라는 자유로운 경험과 선택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인다고 하는데,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건 일종의 트릭에 가깝습니다. 도시 청소년을 아미쉬 공동체에 일년동안 살게한 후 선택권을 주어도 같은 결과, 압도적인 다수가 도시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럼스프링가를 통해 아미쉬 공동체의 삶이 세속의 삶보다 우월하다고 확인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은 이미 익숙해진 삶을 선택할 뿐입니다. 다만 럼스프링가는 익숙했던 삶을 낯설게 하여 그 가치를 새로 자각하고,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책임감을 높이는 사회적 장치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미쉬 공동체는 자발적으로 돌아올 90%를 위해 10%의 이탈을 각오하며 이 제도를 유지합니다.

 

온라인으로 예배드린 시간들은 일종의 '개신교판 럼스프링가'였습니다. 현장 예배의 중지는 다른 방식의 예배를 시도하고, 내 교회와 다른 교회의 예배를 비교하며 예배없는 안식까지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온라인 예배 첫주 책상에서 드렸던 예배가 쇼파를 거쳐 이불 속으로 이동하는데까지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얘기, 예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니 진심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는 얘기, 듣고 싶은 설교를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는 얘기. 그밖에 여러 얘기들이 오가니 뭐가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 기간이 끝나고 분명히 많은 이들이 익숙했던 예배 방식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는 것이고,
또하나는, 떠난 이들 중에 어떤 이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현장 예배를 재개하는 마음이 떠난 사람들 기다리는 아미쉬 마을 촌장 마음같습니다.

"다 돌아오겠지, 아닐지도 몰라. 그 사람은 왜 연락이 없을까, 더 좋은걸 만났나..."

어쩌면 돌아오는 이들도 꼭 좋아서 돌아오는 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를 다시 연결하시고 새로운 공동체로 만들어가시는 은혜를 구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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