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헤아려본 날들

주사랑교회 0 956

소설《소수의 고독》을 쓴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조르다오가 코로라19 시대의 단상을 모아 펴낸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책 마지막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요즘 내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는 성서 구절이 있다. 시편 90장의 말씀이다.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다.
아마 전염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수를 세는 것 외엔 없기에 그 구절이 생각났을 것이다. 우리는 감염자와 완치자, 사망자의 수를 세고, 입원자의 수와 학교 결석 일수를 센다. 주식 시장에서 날아간 수십억과 마스크 판매 수, 진단 시약의 결과가 나오는 시간을 센다 그리고 날수를 세고 또 센다. 그런데 시편의 구절은 우리에게 다른 관점을 암시하는 것 같다.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우리의 날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모든 날에, 우리에게 고통스러운 공백으로만 여겨지는 이 날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하소서.
우리는 코로나19가 개별적인 사건이고, 역경이나 재앙이며, 다 ‘그들’ 잘못이라고 소리칠 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사태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할 수 있다. 정상적인 일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생각의 시간’으로 이 시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날수를 세면서, 슬기로운 마음을 얻자.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이 헛되이 흘러가게 놔두지 말자. (p7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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