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6.9.25 '어느 농민의 죽음'

이한주 0 2,516

로마서 13장 1절은 가장 논쟁적인 구절 중에 하나입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절대 군주 시대의 왕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그들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왕권신수설'을 주장했고 

나치 정권 아래 독일 교회는 이 구절을 설교하며 히틀러에 대한 충성을 강요했습니다. 

일제 시대에 조선의 개신교는 이 구절을 낭독하며 신사참배에 가담했고 

유신 시절이던 1974년 당시 국무총리던 김종필씨는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정부는 하나님이 인정한 것이니 교회는 정부에 순종해야 한다'고 연설했습니다.

로마서 13장 1절은 교회가 독재 정권을 묵인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신학적 근거였습니다. 

심지어 이 구절을 근거로 그리스도인의 사회 참여를 '반신앙적인 것'으로 매도했습니다.

그런데 바울 사도는 디도서 3장 1절에서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너는 그들로 하여금 통치자들과 권세 잡은 자들에게 복종하며 순종하며 모든 선한 일 행하기를 준비하게 하라'

 

인간의 욕망은 자기 중심적이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그 갈등을 중재할 제 3의 힘이 필요합니다. 

또 전쟁이나 재해나 재난같은 대형 사고를 개인과 가족이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제도가 필요하고, 

군인, 경찰, 소방대원같이 훈련받은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성경 역시 국가와 권세 즉 공권력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구절들은 공권력을 인정하고 따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성경의 가장 큰 전제는 '모든 권력이 하나님께 속했다'는 것입니다. 

권력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입니다. 

이 하나님은 피조물의 생육과 번성을 바라시고 안식, 샬롬을 주시는 분 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권력은 생명과 평화를 존중해야합니다. 

달리 말하면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지 않는 권력은 하나님께서 멸하실 부당한 권력입니다. 

공권력에 의해 누군가 죽었는데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처벌하지 않는 것은 흑암의 권세입니다.  

 

오늘 주사랑교회를 대표해서 故 백남기 농민의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병원 교회에 들러 공권력이 인권과 정의의 파수꾼이 되길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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