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6.5.3 그 목소리

주사랑교회 0 2,446

4월에 교회 아이들이 '목사님'하고 부를 때마다 저는 깜짝 깜짝 놀랐습니다.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그 목소리가 예전 꿈에서 들었던 바로 그 아이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페북에 올렸던 간증에 그 목소리에 관해 이야기 했었는데 다시 인용해 봅니다. 

 

2006년 1월1일 강화 신덕 기도원으로 전교인 수련회를 갔습니다. 거기서 하룻밤 잠을 자게 되었는데 그때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저는 작고 누추한 교회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거기엔 열서너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단에 목사님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분들은 목사님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 교회 목사는 누군데 신도들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어떤 아이 목소리가) 저의 등뒤에서 저를 향해 ‘‘목사님”하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꿈에서 깨고 보니 악몽을 꾸었을 때처럼 불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 교회가 화려하고 큰 교회였다면, 기다리는 신도가 많았더라면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열몇명 남짓한 신도가 기다리고 있는 초라한 교회 모습이 너무 싫었고, 

꿈속에서지만 그런 작고 초라한 교회의 목사로 불렸다는데 강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새해 소망을 계획하려고 간 전교인 수련회에서 저는 하나님께 기도 드렸습니다.
“ 하나님께서 아버지 병을 고쳐주셨으면 벌써 신학교 졸업하고 목사되었을텐데 지금은 아닙니다. 

게다가 겨우 보여주시는 비전이 초라한 개척교회라니요. 

이 꿈이 혹시 하나님의 계시라 해도 저는 듣지 않겠습니다. 절대 안됩니다”

그러나 ‘목사님’하고 부르던 목소리가 너무 생생해서 그 꿈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꿈이 떠오를 때마다 저는 예전에 서원을 했던 것에 대한 부담감이 내 무의식에 영향을 주어 그런 꿈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내 자신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예정을 믿습니다. 은혜의 예정을 믿지 않을 수 가 없습니다. 

모든 걸 예정하신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탄식과 눈물을 듣고 보시며 성도의 기도를 잊지 않으십니다. 

목회자가 되겠다고 서원한 걸 후회했던 회사원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과 연결시키신 하나님.

10년이 지나 그 예정과 계획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꿈에서 보았던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4월 내내 저를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들 목소리를 통해 

"봐, 진짜지. 내가 다 계획한거라니까" 말씀하시며 웃으십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확신을 주시지요. 

하나님이 계획한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하나님 앞에 정직하기만 하자. 


엇그제, 5월 첫날. 저는 정식으로 주사랑교회의 담임목사가 되었습니다. 

담임목사가 뭘까 생각해보니, 함께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겠습니다. 

세월 중에는 아프고 슬프고 불안한 시간도 있겠지요. 

그 시간 중에도 저는 지금, 여기서 우리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생각할 겁니다. 

시간 속에 생기는 여러 무늬와 장면과 사건을 함께 겪으며 은혜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그림을 발견할 겁니다. 

 

함께 할 세월 속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사람이 담임목사일겁니다.

목사 취임식날,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희율이에게 '목사님, 한번 해봐' 이러면서 제가 희율이의 담임 목사인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때 마음으로 기도한 것이 '희율이 결혼할 때 제가 예배 인도하게 해주세요' 였습니다. 

희율이 뿐 아니지요. 축가하는 청년들을 보면서도 같은 기도를 했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복을 전하고 그 복에 감사하고 감격할 자리에 함께 있겠습니다. 

내게만 복이 없는 것 같고 뿌리를 잃은 것 같고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은 날에도 손 잡고 함께 있겠습니다.  

 

꿈에서 저를 목사님이라고 부르던 어린아이 목소리를 기억하며 주사랑교회 담임 목사를 하겠습니다.

희율이가 시집가는 그날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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