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치명적 세균일까 기적의 백신일까?
12월에 한국에 전쟁이 발발한다고 예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예언의 영향 하에, 일부 기독교인들이 전쟁을 피해 미국과 캄보디아로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예언을 주도하고 있는 홍혜선 전도사는 자신이 천국을 1200번 다녀왔으며, 하나님께 부탁하여 환란의 기간을 단축시켰다고 주장합니다. 그녀의 예언을 두고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녀의 예언에 대한 유투브 검색수가 10만이 넘었습니다. 그야말로 신드롬입니다.
전쟁을 포함한 재난, 심지어 주의 재림과 종말에 대한 예언은 교회사에서 쉬지 않고 지속되어 왔습니다. 지금도 자신들을 예언자로 자처하는 사람, 예언의 은사를 받은 사람, 예언의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사람, 그 예언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 교계와 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신사도운동은 그런 예언운동의 요새로 급부상 중입니다. 성령과 예언의 관계는 긴밀하나, 동시에 예언이 교회의 암적 존재로 기능했던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홍 전도사의 예언을 인터넷에서 들으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그녀가 자신을 예언자로 칭하는 것이 매우 낯설었습니다. 무슨 근거로? 둘째, 자신의 예언이 성취된 예들을 계속 열거했지만,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셋째, 엄청난 재앙을 예언하는 어투와 태도가 진정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넷째, 목사들이 회개하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 상관관계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이 시대의 진정한 문제와 그 원인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여섯째, 성경을 인용하며 설명하는 것이 너무 자의적입니다.
법궤가 블레셋에서 유대로 돌아온 후, 20년이 흘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을 사모했지만, 블레셋의 위협 속에 늘 불안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때, 선지자 사무엘이 백성들을 미스바에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님과 이방신들(바알과 아스다롯)을 함께 섬긴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철저한 회개를 촉구했습니다. 사무엘의 날카로운 통찰과 비판에 백성들이 죄를 깨닫고 철저하게 회개했습니다. 특히, 이방신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들의 회개를 구체적실천적으로 입증한 것입니다.
이처럼, 진정한 예언자는 사무엘처럼 삶과 사역, 인격을 통해 백성의 인정을 받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민족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공적 권위를 획득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예언은 사무엘의 경우처럼,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지적함으로써 민족적 회개를 촉발시킵니다. 그리고 진정한 회개는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치명적 우상과의 결사항쟁까지 동반합니다. 그래서 학력까지 속인 자칭 예언자, 핵심을 놓친 어설픈 예언, 그리고 황당한 탈출 작전으로 구성된 이 ‘예언사건’은 민족을 살릴 기적의 백신이 아니라 치명적 세균에 불과합니다. 거짓 예언의 본질이 그렇습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