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맞이하여
한 해를 돌이켜보니, 속상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세월호의 침몰, 유가족의 눈물, 그리고 정부의 냉대를 지켜봐야 했던 것은 제게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있어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했던 장인어른의 소천도 큰 아픔이었습니다. 예상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습니다.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기에,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집주인의 황당한 태도에 맘고생이 컸습니다. 겪고 싶지 않았고 예상도 못했지만, 결국 이런 일들 때문에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해를 돌이켜보니, 아찔했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뱅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교에서 강의하기로 되었는데, 출국 며칠 전까지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크게 마음을 졸였습니다. 신분을 속이고 교회에 들어왔던 청년들 때문에 한동안 교회에 분란과 걱정이 많았습니다. 교회에 해가 될까봐, 마음고생이 컸습니다. 김영오씨, 방인성·김홍술 목사님의 단식을 지켜보면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만 같았습니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지만, 과정은 고통스러웠습니다.
한 해를 돌이켜보니, 실패했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감정을 참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폭언을 퍼부은 적이 여러 번입니다. 안 그러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전공서적뿐 아니라 성경을 열심히 읽겠다고 다짐했는데, 설교와 강의 외에도 기도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는데,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한국개신교영성사>를 쓰겠다고 계획한 것이 수년 전인데, 아직까지 시작도 못했습니다. 무수한 다짐이 ‘작심삼일’로 끝나고, 수많은 ‘호언장담’이 공수표로 끝났습니다.
그래도 한 해를 돌이켜보니, 고마운 사람, 감사한 일, 그리고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저의 경제적 무능과 인격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해 하니, 정말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저의 부족한 영성에도 불구하고 주사랑교회가 꾸준히 성장하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저의 역량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사랑교회에서 목회하고, 복음신대와 느헤미야에서 강의하며, 성서대전을 섬기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정말 매순간이 은혜요, 만사에 감사할 뿐입니다.
배덕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