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4.10.26. 주님 안에서 안식할 때입니다 .

주사랑교회 0 1,900

주님 안에서 안식할 때입니다

요즘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딱 하루만 하루 종일 책도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고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종일 밖에도 안 나가고, 사람들도 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실컷 늦잠 자고 깨면, 하루 종일 tv보면서 방바닥에서 뒹굴어보고 싶습니다. 아침은 잠 때문에 건너뛰고,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고, 저녁은 아내가 지어준 성찬을 푸짐하고 맛있게 먹고, 잠시 tv보다가 또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겁니다. 정말, 딱 하루만 교수노릇, 목사노릇, 아비노릇 내려놓고, 하루 종일 쉬고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소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소원’일뿐 저의 현실은 아닙니다. 사실, 요즘 저의 일상은 마치 ‘싸구려 자판기’ 같습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제 앞에 와서 동전구멍에 얼마의 동전을 집어넣고, 자신들이 원하는 메뉴의 버튼을 누릅니다. 강의버튼을 누르면 저는 그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합니다. 원고버튼을 누르면, 저는 그들이 정한 기한 내에 원고를 제출해야 합니다. 설교하라면 설교해야 하고, 만나자면 만나야 하며, 방송에 나오라면 군말 없이 나가야 합니다. 분명히 법적으로 저는 자유인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그러다 보니, 꼭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삽니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합니다. 사무치도록 그리운 사람, 만나서 손을 잡아주어야 할 사람, 함께 울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삽니다. 읽고 싶은 책도 못 읽습니다. 강의와 설교, 그리고 논문을 위해 책을 읽을 뿐, 제 영혼이 갈망하는 책들은 손도 대지 못합니다. 기도하고 싶은데 기도도 못하고 지냅니다. 그냥 십자가 앞에서 침묵하고 앉아 있고 싶은데, 이것마저 여유롭지 못합니다. 훌쩍 떠나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합니다. 산과 강이 지척인데,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새삼스럽게 제가 기계가 아니라, 쉼이 필요한 인간임을 깨닫습니다. 성도들 앞에선 목사지만, 하나님 앞에선 아기에 불과함도 발견합니다. 잘난 줄 알지만, 아무 것도 아님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쉬지 않고 말을 하고 글을 쓰지만, 입을 닫고 침묵할 때가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인 것 같습니다. 소란스런 세상, 시끄러운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주님 앞에서 홀로 침묵하며 울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아니 꼭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야 새벽 미명에 한적한 곳에 홀로 계셨던 주님을 헤아릴 수 있을 듯합니다. “주 안에서 안식하기 전까지 결코 안식할 수 없습니다”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제게도 주님이 필요한 때, 주 안에서 안식할 때인 것 같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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