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4.06.01. 믿음의 여인 한나를 기억하며

주사랑교회 0 2,446

믿음의 여인 한나를 기억하며

여인으로서 한나의 삶은 불행했습니다. 물론, 그녀에겐 자신을 끔찍이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었습니다. 그는 제사장들마저 타락했던 사사시대 말기에, 자발적으로 매년 하나님께 가족들을 데리고 제사를 지낼 정도로 신실한 사람이었고, 자식이 없어 괴로워하는 아내를 당시의 장자법까지 범하며 편애할 정도로 그녀에겐 자애롭고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남편의 신앙과 애정은 자식 없는 그녀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이미 남편 엘가나를 위해 여러 자식을 낳은 브닌나가 그런 남편의 행동 때문에 한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외롭고 괴로웠습니다. 얼굴에선 눈물이 마르지 않았고, 심지어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삶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의 삶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첫째, 가족들 사이에서 고통을 당하며 음식도 먹지 못했던 그녀가 일어나 성전 안에 들어가 하나님과 독대했습니다. 항상 사람들 앞에서 불평하며 울던 그녀가 처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속마음을 토로하며 통곡한 것입니다. 둘째, 한나는 하나님 앞에 자신의 고통스런 마음을 눈물과 기도로 쏟아놓았습니다. 제사장 엘리의 눈에 술 취한 여자, 혹은 미친 여자처럼 보일 정도로 간절히 말입니다. 셋째, 그녀는 마침내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간파했습니다. 이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바로 하나님 손에 달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넷째,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아들을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그 아들을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그녀는 아들에 대한 인간적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기도를 마친 후, 그녀는 과거의 우울하고 비관적인 삶을 중단하고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믿음 속에, 남편과 동침했습니다.
이 장면 다음에 성경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여호와께서 그를 생각하신지라. 한나가 임신하고 때가 이르매 아들을 낳아 사무엘이라 이름하였으니 이는 내가 여호와께 그를 구하였다 함이더라.”
주변에 한나의 처지와 비슷한 분들이 많습니다. 자신들의 선택이나 잘못이 아니지만,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 이미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가슴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하고, 눈에선 눈물이 마르지 않으며, 입으론 음식조차 넘길 수 없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으며, 주변사람들의 위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때가 우리 삶이 하나님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는 순간입니다. 이제부터 이성의 작동이 중단되고, 믿음이 활동해야 합니다. 우리의 시선을 사람에서 하나님께로 돌려야 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성전에서 하나님과 독대해야 합니다. 우리의 인간적 집착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눈물을 닦고 밥을 먹고, 문제와 싸워야 합니다. 한나의 경우처럼, 바로 그 순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구했던 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서, 우리 민족을 위해서,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말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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