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4.04.20. 고통 속에 사순절 마지막 밤을 보내며

주사랑교회 0 1,424
고통 속에 사순절 마지막 밤을 보내며

세상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백주 대낮에 거대한 유람선이 서해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을 포함하여, 수백 명의 승객들이 배와 함께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수많은 구조선과 구조대원들이 사고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속수무책으로 3일을 보냈습니다. 한심한 정부는 실종자 구조작업은 물론이요, 실종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며,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이 알려지면서 세상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분노와 절망에 울부짖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상의 가슴도 함께 찢어집니다.

이 참담한 광경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악함에 경악하게 됩니다. 승객들이 선실에 남아 배와 함께 침몰하는 상황에서 선장과 승무원들만 탈출한 것은 악합니다. 정부의 공식발표에 실종자 가족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것도 악합니다. 희생자들의 고통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브로커들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기꾼들은 정말 악합니다. 온 세상이 실낱같은 희망에 숨 조자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 순간을 정치적 선전과 국면전환의 기회로 삼는 정치가들은 진짜 악합니다.

동시에, 이 기막힌 상황을 통과하면서, 인간의 약함에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최첨단 기술로 만든 대형 유람선이 바다위에서 허망하게 침몰했습니다. 수십 년 경력의 노 선장도 침몰하는 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수십 척의 구조선과 수많은 구조대원들도 빠른 물살 앞에선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들은 목숨은 건졌지만 극심한 트라우마에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지만, 이미 하루에도 수천 번씩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우리 모두는 “약한, 약해도 너무 약한” 인간입니다.

그렇게 사순절의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온 힘을 다해 섬겼던 민중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라고 저주했습니다. 악한 인간들입니다. 온 정성을 다해 사랑했던 제자들이 예수를 배반했습니다. 약한 인간들입니다. 그렇게 악한 인간들에 의해 예수의 육신이 죽었고, 약한 인간들에 의해 예수의 영혼도 죽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악함과 약함을 끌어안고 십자가에서 죽었던 예수를 하나님께서 다시 살리셨습니다. 그래서 절망과 분노의 레퀴엠이 생명과 환희의 승전가로 역전되었습니다. 부디, 이 사순절 마지막 어두운 밤이 “안식 후 첫날”의 찬란한 광명 속에 사라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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