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09.08. 싸우면서 함께 사는 곳, 교회입니다.

주사랑교회 0 1,289
싸우면서 함께 사는 곳, 교회입니다.

저에겐 딸이 셋입니다. 고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초등학생이 각각 한명씩입니다. 이 아이들은 서로 많이 다릅니다. 나이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며, 성격도 다릅니다. 피부색도, 체형도, 목소리도 제각기입니다. 지능, 재능, 꿈도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났지만, 어쩌면 저렇게 다를까요. 같은 환경에서 함께 성장했는데, 비슷한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아 보입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서로의 차이가 점점 더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다름과 차이 때문에, 아이들은 끊임없이 싸웁니다. 하루도 큰소리나 울음 없이 지나가는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때론 제법 심각한 이유로 싸웁니다. 성격이 달라서 싸우고,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에 큰소리가 납니다. 목욕하다 싸우고, 공부하다 성질내고, 밥 먹다가 으르렁 댑니다. 심지어 잠자다가도 서로 치고받으며 다툽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온갖 이유와 방법으로 갈등하고 다투고 싸웁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다르고 그래서 쉬지 않고 싸우는데, 아무도 가출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서로 성질내고 욕하며 죽일 듯이 싸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끌어안고 뽀뽀를 해댑니다. 다시는 안볼 듯이 화를 내고 원수처럼 막말을 하지만, 어느새 함께 모여 깔깔대고 좋아 죽습니다. 그래서 밤이면 다시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함께 학교에 갑니다. 동생이 아프면 언니가 물수건을 머리에 얹어주고, 언니가 울면 동생이 곁에서 위로를 합니다.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서로를 형제와 자매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한 가족이지요. 하지만 교회에도 갈등과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너무 다른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동시에, 교회에는 용서와 용납도 존재합니다. 미워하지만 형제기에 한 번 더 용서하고, 화가 나지만 자매니까 다시 용납합니다. 그래서 쉬지 않고 욕하며 싸우지만, 계속 공동체를 꾸려갈 수 있습니다. 늘 싸우지만 여전히 함께 사는 우리 딸들처럼 말입니다. 싸우면서 함께 사는 곳, 바로 교회입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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