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13.06.09. 구원은 하나님께 패하는 것으로 시작 됩니다.

주사랑교회 0 1,339

구원은 하나님께 패하는 것으로 시작 됩니다

 

야곱은 장자권을 획득하기 위해 형과 아버지를 버렸습니다. 그리고 순진한 어머니를 사악한 범죄에 끌어들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장자권으로 상징되는 권력의 마성을 목격합니다. 권력의 종류나 크기와 상관없이,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키는 가장 강력한 마약입니다. 권력의 마성은 피를 나눈 가족마저 경쟁상대로 규정하고, 권력획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만듭니다. 권력을 위해 형제들을 살육한 이방원, 권력을 위해 부모에게 칼을 빼든 압살롬은 권력 때문에 발생한 비극적 패륜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야곱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14년의 머슴살이를 견딥니다. 이것은 우리 삶에서 성(性)이 차지하는 힘을 보여줍니다. 프로이트의 리비도를 저열한 사이비 과학으로 폄하하고 싶어도, 성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권태 속에 삶을 소비하는 사람도, 권력과 성공에 눈먼 냉혈한도, 불치병과 씨름하는 중환자도, 심지어 백발이 성성한 노인마저 성욕과 에로스에서 손끝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가슴에 타오르는 사랑의 불길에 휩싸이면, 14년의 종살이도 거뜬히 견딜 수 있습니다. 성의 힘입니다.

야곱은 재산을 얻기 위해 외삼촌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입니다. 삼촌의 양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찾아냅니다. 마침내, 자신을 기만했던 외삼촌에게 철저히 복수한 후, 막대한 재산을 거머쥡니다. 이처럼 돈은 두뇌작용을 극대합니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사기꾼은 똑똑합니다. 동시에,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에서 정의와 윤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익이 수단을 정당화합니다. 뺏기지 않기 위해 뺏어야 하고, 속지 않기 위해 속여야 합니다. 이처럼 돈은 비인간화를 촉진합니다.

야곱은 자신의 장자권, 여인,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하나님과도 싸움을 벌입니다. 형 에서의 공격을 초조히 기다리던 야곱은 천사에게 축복을 요구하며 달려들었습니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하나님과도 ‘맞짱’을 뜨겠다는 것입니다. 탐욕에 물든 인간의 삶은 그렇게 끝납니다. 욕망에 취하면 혈육과 윤리뿐 아니라, 하나님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금지된 열매를 먹었던 아담과 이브, 바벨탑을 쌓았던 인류, 예수에게 절을 요구했던 마귀는 욕망의 끝에서 하나님마저 기만했던 타락한 존재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야곱의 진정한 성공은 그가 하나님에게 완벽하게 패했을 때입니다. 인간과의 모든 싸움에서 이겼던 야곱이 하나님과의 싸움에서 철저히 패하고 몸에는 장애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패배와 장애를 통해, 야곱은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기기 위해 살았던 인생이 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평생 원수만 만들었던 인생이 원수와 화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께 패함으로써, 야곱은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정녕, 인간의 구원은 하나님께 패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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