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08-10-25 “주님 다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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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났습니다. 피곤했습니다. 샤워를 하면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거의 밤을 샌 아내는 신음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저는 조용히 불을 끄고 집을 나와 혼자서 교회로 향했습니다. 아내 없이 혼자 새벽예배를 드리러 가는 마음이 무척 허전했습니다. 우연일까요? 그날 새벽예배에는 저 외에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평균 4-5명이 함께 새벽을 지켰었는데 당혹스러웠습니다. 쓸쓸했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속도 상했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개척교회의 현실이 이런 것이구나?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이 그렇게 1년을 가슴 졸이며 견뎌왔는데 1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허탈하고 두려웠습니다. “주님!” 소리가 한숨처럼 탄식처럼 제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잠시 당황했던 저는 찬양을 들으며 큰 소리로 말씀을 낭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조용히 눈을 감고 말씀을 묵상한 후 기도를 드렸습니다. 성도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작은 소리로 시작했던 기도는 어느덧 큰 소리의 방언으로 변했습니다. 내 곁에 하나님 외에 아무도 없다는 현실이 무섭기도 하고 동시에 이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아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기도를 마친 저는 체육관으로 달려가 미친 듯이 러닝머신 위를 달렸습니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빈 마음이 다시 채워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주사랑교회에 부임한지 1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왜 하나님은 그런 경험을 하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초발심”을 잊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첫사랑”을 잊지 말라는 경고이겠지요. 선 줄로 생각하지 말라는 이미 잡은 줄로 생각하지 말라는 따가운 훈계이겠지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채찍이겠지요.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만 바라보라는 호통이겠지요. 그런 생각들로 저의 빈 마음이 채워졌습니다. 잠시 가슴이 허전하고 아팠지만 오랫동안 품어야 할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새벽을 깨우듯 저의 영혼을 깨웠습니다. “주님 다시 뛰겠습니다.”                                                                                                                    배덕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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