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2008-10-12 오체투지 순례단과 자살하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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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순례단”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이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해서 지난 30일간 삼보일배(세 걸음 후 한번 절하기)를 하며 종교적 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오체투지는 불교의 절하는 방식 중 하나로 몸의 다섯 지체 즉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후 이마를 땅에 대는 방식으로 절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겸손을 훈련하기 위해 실행하는 인사법의 하나입니다. 환갑을 넘긴 나이의 두 성직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절을 하며 이 땅에서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 지난 30일 동안 순례의 길을 걸어오신 것입니다. “왜 이런 순례를 행하고 있느냐?”고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문 신부님과 수경 스님은 “현 시대에 사람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위정자들과 백성간의 의사소통이 어렵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자연 간에도 국가와 국가 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이 부재하고 생명이 죽어가며 평화가 길을 잃었습니다. 이런 세상을 향해 아우성이나 시위가 아닌 몸과 침묵으로 드리는 기도를 통해 그분들은 사람 생명 그리고 평화의 길을 닦으려는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나이브하고 무모한듯하나 그분들의 느린 걸음이 무척 무겁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반면 분명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유명 연예인들이 계속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그들의 연이은 죽음이 사회전반에 암울한 기운을 확산시키며 대단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쉽게 목숨을 끊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죽음이 결코 장난이 될 수 없기 때문이며 그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심적 고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 오체투지 순례의 길에 떠난 두 성직자들의 모습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을 버린 사람들” 앞에서 충격을 받고 슬퍼하는 우리에게 다른 메시지를 침묵 속에 전해 줍니다. 오체투지 순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한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니 예전에 차를 타고 지나갈 땐 볼 수 없었던 세상이 보이더군요.” “오체투지를 한 후 저는 바닥에 기어가는 개미도 함부로 밟을 수 없게 되었어요.” 결국 그들은 달팽이의 속도로 달팽이처럼 기면서 자신들보다 더 낮은 곳에서 더 느린 걸음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작은 세상을 보았습니다. 죽음 앞에서 생명이 기운을 잃어가는 오늘 “사람 생명 그리고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해서라면 정말 오체투지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디 우리 안에 생명이 죽음을 이기는 부활의 은총이 충만하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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